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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철학자의 불교 공부 노트 (지지엔즈)

중고등교육을 거치면 국어, 역사,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불교 사상을 자주 접했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윤회를 끊어내고 고통에서 해방되려고 하는 종교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배웠다.
나는 늘 불교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삶은 고통이다.”는 사상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
굉장히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점이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산 위로 바위를 굴리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고통스러운 순간은 길고, 행복한 순간은 짧은데 왜 굳이 사는가?
행복한 순간이 고통을 상쇄할 만큼 좋은가?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총합이 0이 아닌 것 같았다.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해답을 찾았다.
저자에 따르면 인체에는 고통-쾌락 평형이 존재하며,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고통 뒤에는 쾌락이 찾아오고, 쾌락 뒤에는 고통이 찾아온다.
즉, 인체는 총합을 0으로 만들려고 한다.

여전히 의문이었다.
행복을 추구해봤자 그만큼의 고통이 찾아올 텐데,
왜 굳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자발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는가?
그 때 어릴 때(라고 해봤자 몇 년 전이지만) 공감했던 불교 사상이 떠올랐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수행’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불교 입문도서인 <반야심경>을 빌려 읽었다.
사실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분명 일상적인 문장으로 된 해석임에도 와닿지 않았다.
원문에 대한 설명인데 설명같지 않았다.
한 50페이지 보고 그만둔 것 같다.

반년 정도 지나, <철학자의 불교 공부 노트>가 학교 도서관 신착자료에 있는 것을 보고 제목에 이끌려 바로 빌렸다.
불교의 사고방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풀어서 말해주는 책이라 사고가 단순한 나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수행의 목적인 이고득락부터 시작해서, 고통이 무엇인지,
고통(번뇌)의 근원을 탐욕, 분노, 어리석음 3가지로 나누고, 각각을 타파하기 위한 수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뒷부분에서는 다양한 ‘수행’의 형태를 알려준다.
모든 수행은 공통적으로 모든 일에 초연해져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을 훈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기탐색(‘일념심’)과 의지/결심(‘발심’)을 행하는 수행도 있어서 의외였다.
처음부터 ‘수행’이 궁금해서 불교 서적을 찾아보았으니, 책에 나온 수행 방법들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매일 한 가지씩 골라서 할 것이다.

중간중간 과학을 부정/의심하는 부분은 건너뛰었다.
저자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다.